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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와 ‘비대면 스킨십’… 가상공간서 쌍방향 소통 활발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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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5 09:00:00 수정 : 2021-08-15 09: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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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선거운동 바람

이낙연, 콘서트장 본뜬 유세장 구축
원희룡, 대선주자 중 제페토 첫 개설
격의 없이 어울리며 청년 표심 공략
與, 정당 차원서 도입 본격화 움직임

현실세계와 달리 윤리적 장치 미비
대선 본격화 땐 네거티브戰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후보 캠프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한 콘서트장 형식의 유세장. 제페토 맵 ‘이낙연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캡처

‘기타를 든 노무현’, ‘국밥을 먹는 이명박’에 이어 ‘메타버스 인싸(Insider·어디에서든 잘 어울리는 사람)’ 대통령이 탄생할까.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선거운동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선거운동 방식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메타버스가 선거운동의 새로운 바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상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플랫폼이다. 대선 후보들은 메타버스 캠프를 차렸고, 유권자들과 ‘아바타’ 형태로 만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스킨십과 유세, 한 방향 지지호소에 집중됐던 과거 ‘낡은 정치권’이 아닌 후보와 유권자가 상호작용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메타버스에 캠프 차린 대선 주자들…가상공간에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

여야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메타버스 캠프를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정세균·박용진·김두관 경선후보와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유세장을 차렸다. 네이버제트가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선 주자들은 제페토 안에서 만든 ‘3D 아바타’를 통해 지지자와 음성 대화로 소통하고 가상현실 속 입간판을 세워 자신의 공약을 소개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아바타의 모습.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제페토를 개설한 후보는 원 전 지사다. 원 전 지사는 벚나무로 장식한 ‘업글희룡월드’라는 유세장을 만들었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제페토 사용자층이 주로 10대인데, 새로운 채널로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두관 후보는 독도 풍경이 재현된 유세장을 만들었고 박용진 후보는 무대와 ‘브리핑룸’을 갖춘 기자회견장 형태의 캠프를 열었다. 정세균 후보는 300개 의원석과 26개 국무위원석, 의장석을 재현한 ‘국회 본회의장’을 자신의 가상 유세장에 들여놨다.

메타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선 주자는 이낙연 후보다. 이 후보 캠프는 ‘콘서트장’ 형태의 메타버스 유세장을 구축했다. 자신의 공약과 행적이 적힌 포토존이 있고 실제 후보 유세장처럼 무대도 갖췄다. 캠프 관계자는 “이낙연 캐릭터와 지지자 캐릭터가 메타버스에서 함께 춤을 추거나, 혹은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등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며 “엄격·근엄·진지하다는 이낙연 후보가 젊은 세대가 잘 이용하는 제페토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함께 논다. 이를 통해 후보가 ‘소통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당 차원에서도 메타버스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개발 중인 메타버스, ‘메타폴리스’에 ‘더민:메타버스’라는 30층짜리 건물에 입주했다. 각 층에는 회의실과 탁자가 마련돼 있다. 사용자 아바타가 탁자에 앉으면 옆에 앉은 다른 아바타 사용자와 화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한 층에 300명 동시 입장이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후보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최대 299명과 동시 접촉이 가능하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당의 일상 회의나 대선후보 토론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해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경선후보 캠프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한 국회 본회의장 형태의 유세장. 제페토 맵 ‘정세균 슬기로운 국회생활’ 캡처

◆메타버스는 세계적 추세…부작용은 없나? 초기 시행착오도 극복해야

메타버스를 활용한 행사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EDM(Electric Dance Music) 가수, 마시멜로는 2019년 온라인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 마련된 메타버스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다. 동시접속자는 1100만명에 육박했다고 알려졌다. 국내서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늘고 있고, 대학가에서도 이를 활용한 강의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4조1077억원에서 2024년 약 329조8559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우선 도입 초기인 만큼 조작이나 운영상 시행착오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9일 메타버스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학 최고위원 접속이 잠시 끊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경선후보 캠프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한 독도 풍경이 재현된 유세장. 김두관 의원실 제공

특히 메타버스에서는 법과 같은 도덕적·윤리적 장치가 없다. 앞서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성적으로 희화화한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한 바 있다. 또 메타버스 내부에서 친해진 뒤 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캠’ 사례도 늘고 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메타버스 내 네거티브 전쟁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강원대 김상균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기존 다중사용자 참여 플랫폼이 사업자가 만들어놓고 사용자가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메타버스는 사용자와 사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라며 “실제 세계의 범죄나 혐오 등이 메타버스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플랫폼 내부 운영규정 등 최소한의 도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우, 김병관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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